서울 논현동에 있는 한정식 집이다. 여당의 싱크탱크 수장과 현직 국정원장이 4시간 동안 정담을 나눈 그곳이다. 지난 5월 21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이 집에서 저녁 모임을 마치고 나오는 모습을 한 언론이 포착했다. 정보기관 수장의 모습을 고스란히 동영상으로 담았지만 국정원 직원 누구도 촬영을 제지하지 않았다. 서 원장은 자신의 차에 올라타기 전 양 원장의 등을 두드렸고, 양 원장이 서 원장이 올라탄 차에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양 원장은 그 후에 도착한 모범택시를 탔고, 택시비는 식당 주인이 대신 내줬다. 양
붉은 단풍의 뜻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나뭇잎이 붉어지는 이유 말이다. 나무 안에 분비되는 안토시아닌 때문이란 건 알지만, 왜 하필 가을이 되어야 분비되는 것인지는 의문점으로 남아 있다. 어설픈 광합성이 나무에 해로운 활성산소를 배출하는 걸 막기 위해서란 분석도 있고, 진드기 같은 해충을 막기 위해서란 주장도 있다. 붉은 단풍잎이 나무 주변에 다른 수종의 발아를 막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분명한 건 나무에게 시련이 클수록 더 많은 안토시아닌을 분비한다는 사실이다. 산이 깊을수록 단풍이 수려한 이유다. 인간은 나무의 고뇌는 이해하지
마고선이란 신선이 하늘로 올랐다는 그곳, 설악산 비선대. 오늘도 인간들은 비선대를 출발해 적벽을 타고 하늘로 오른다. 적벽은 설악산 천불동계곡 비선대산장 정면에 솟은 벽이다. 이름 그대로 붉은 색이다. 해외 원정 등반을 계획한 산악인들의 단골 훈련장이다. 8월의 마지막 날, 어느덧 높아진 가을하늘이 적벽에 의지한 인간들을 바라보고 있다. 등반 코스명은 자유2836. 코스를 개척한 산악인 전용학씨와 김선영씨의 개척 당시 나이를 나란히 붙여 만든 이름이다.
간장게장을 보는 게 면구스러웠던 때가 있다. 시 ‘스며드는 것’(안도현)을 읽은 직후였다. 노가리의 정체도 몰랐던 편이 좋았을까. 그저 비속어스러운 이름으로 불리는 슬픈 운명의 어떤 생선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태어난 지 2~3년 된 명태를 부르는 말이었다. 명태의 자어(子魚)란 얘기다. ‘노맥축제’가 열리기 이틀 전인 6월 20일 저녁, 서울 을지로 노가리 골목은 노가리와 맥주, 일명 ‘노맥’을 찾아온 사람들로 들썩였다. 노가리 골목에선 어느 술집을 가도 노가리 한 접시에 1000원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이 가격이 가능한 이유는
충북 청주 지역에 22년 만에 물난리가 닥쳤다. 7월 16일 내린 집중호우가 결정적이었다. 민간 부문 피해액만 573억여원으로 추산된다.(7월 26일 기준) 금관숲 부근 미원면 일대가 특히 피해가 컸다. 금관숲은 ‘옥화 9경’ 중 6경이다. 청주시 주변에서 뽑은 아름다운 풍광이 있는 곳 아홉 곳이 바로 9경이다. 홍수가 파놓은 흔적을 메우기 위해 전국에서 충북을 찾고 있다. 지난 7월 26일 사랑의열매 나눔봉사단이 미원면 복구에 나섰다. 부유물이 잔뜩 걸려 있는 나무 뒤로 수령 100년이 넘은 금관숲 갈참나무들이 보인다.